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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장학회
작성자 강신영        
작성일 2004/01/19 (월)
분 류 진주소식
ㆍ추천: 186  ㆍ조회: 1911      
[산 편지] 김종현 님에게 깊디깊은 감사를

      저는 농과대학 산악회 66학번 강신영입니다. 늦게사 새해 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진서산악회 님들에게 즐겁고 기쁜 산행이 곰비임비 일어나길 빕니다. 아니 일어날 겁니다. 학창시절에 지리산을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이 산을 처음 찾았던 해는 1966년 7월 14일이었지요. 야간 열차를 타고 구례구에서 내려 온종일 걸어 화엄사에서 하룻밤 묵었지요. 노고단 지나 연하천 벽소령 천왕봉 칠선계곡 마천 까지 꼬박 4박 5일에 걸쳐 등반했습니다. 발끝에 밟히는 구름바다와 온갖 풀꽃 들꽃과 남녘바람에 부러진 고목과 착한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어떤 때는 세석평전 철쭉꽃밭에 넋을 잃기도 했었고. 어떤 때는 가슴팍까지 들이닥치는 눈더미를 헤쳐가며 설원의 아름다움을 맛보았습니다.

     그때에 지리산 속에 숨어있는 비극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우리조상들의 뼈아픈 아픔을 들추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왜냐면 이념의 충돌이 낳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제주도 4. 3사건과 여수 순천의 10. 19사건입니다. 이 충돌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숫자는 4만에서 5만 가량 됩니다. 이 사건은 우리 민족의 최대 비극사인 한국 전쟁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그 결과 두 동강난 땅덩이를 잉태시켰습니다. 그 상처의 후유증은 이산가족의 피눈물나는 울부짖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제(1월 18일) 이동수 회원을 통해 김종현 님께서 보낸 지리산 세부지도(1 : 25,000 지형도 6쪽)를 잘 받았습니다. 이 지도를 찾고자했던 것은 제가 밟았던 골짜기의 지명을 좀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겁니다. 저는 지금 산행을 할 수 없습니다. 불편한 몸이 산행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제가 남아있는 날에 하고 싶은 일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지리산 골짜기에 있는 모든 마을들을 제 발걸음으로 다시 찾아보고. 허락한다면 거기서 적어도 하룻밤씩 머물고. 그 마을 하나 하나에 숨어있는 슬픈 추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그려낸다면 저는 행복하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날씨가 따스해지면 찾아볼 겁니다. 어느 골짜기에 숨어있던 열 다섯 살 남부군의 애틋한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어느 골짜기에서 복사꽃비와 살구꽃비 맞으며 토벌대 총각과 남부군 처녀가 혼례를 올리고 첫날밤을 보냈는지. 어느 골짜기에서 언제 마지막 이념의 포성이 멈추었는지. 세석평전 연분홍 진분홍 철쭉꽃밭에서 왜 총알이 더욱더 빗발쳤는지. 쌍계사 쇠북소리는 왜 밤마다 은은히 들리는지. 피아골 내동리 순이네 고모 집의 더덕주 맛은 변하지 않았는지. 뱀사골 단심폭포는 왜 남부군 사령관 아내에게만 미소를 보냈는지……이러 것들을 하나 하나씩 캐어내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화개 장터 귀퉁이에서 김종현 님을 만나게 된다면 은어회 몇 접시와 감자호박전에 동동주 서너 주전자 넉넉히 사드리겠습니다. 지리산 지도를 처음 받아보던 순간만큼은 스무 살 무렵으로 되돌아가 지금의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아니 눈 덮인 천왕봉 꼭대기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지요. 오랜만에 서울에는 눈다운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아마 지금쯤 지리산 골짜기마다 눈더미가 몇 자씩 수북수북 쌓였겠지요. 김종현 님의 크나큰 도움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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