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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장학회
작성자 강신영        
작성일 2003/12/22 (월)
분 류 진주소식
ㆍ추천: 50  ㆍ조회: 1586      
[산 편지] 한해를 거두며 -진서산악회 님들에게

     '딸랑 딸랑' 자선냄비 종소리가 겨울 나그네 발걸음을 붙들더니. 베토벤 합창 교향곡이 한해를 서둘러 재촉하고. 마지막 달력 마지막 날에 마침표 하나 꾹 찍을 날이 다가옵니다. 사랑방에서 진서산악회 님들의 산행 일기를 읽습니다. 덕분에 저는 님들 바로 곁에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집니다. 님들과 함께 벽소령 산장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가. 님들과 어우러져 뱀사골 허름한 술집 골방에서 이야기꽃 피우며 한잔의 하산주를 즐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쯤 피아골 계곡엔 송이눈꽃이 덮여있을 겁니다. 외딴 굴핏집 산장에 더도 말고 하룻밤 머물고 싶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장작불 둘레에 앉아 커피 한잔 들고 여러 상념에 잠겨봅니다. 이 골짜기 아랫마을에 사는 순이가 왜 복사꽃 필 날을 기다리는지. 이 골짜기 측백나무 위에 소쩍새가 언제 밤 지새우며 슬피 우는지. 이 골짜기 가장 나이 많이 든 할아버지가 왜 화개장 서는 날을 기다리는지. 이 골짜기로 시집온 서울 새댁이 언제 동자꽃 닮은 아들을 낳을 예정인지. 이 골짜기 장대비가 주룩주룩 퍼붓던 날에 산꾼들이 왜 힘들게 반야봉을 찾는지. 이 골짜기 연곡사 저녁 공양 알리는 쇠북소리가 언제 가장 은은하게 들리는지. 이 골짜기 밤하늘에 가장 늦게 뜨고 가장 빨리 지는 별은 어떤 별인지……모두가 저에게는 소중한 만남입니다.

     봄여름 가으내 금북 한금 정맥 종주산행에 몇 번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산꾼들과 함께 산행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성하지 못한 제 몸이 허락하지 않았고. 다만 산꾼들의 뒷모습을 먼발치에서 배웅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철마다 바뀌는 나뭇잎. 들판의 구수한 두엄냄새. 들꽃들의 싱그러운 향기. 저수지에서 줄지어 먹이를 찾는 갖가지 철새. 감나무 잔가지 끝에 달려있는 끈질긴 생명체. 토담 옆에 넉넉히 쌓아놓은 장작더미. 김이 무럭무럭 피어 솟아난 쇠죽냄새……이런 모든 정겨운 풍경들이 저를 반겼습니다.

     제가 찾은 마을에서, 설령 농촌 아낙네의 부르튼 손등에 상채기가 보이고. 찬바람 하나에 남정네가 재채기를 연달아 하더라도. 꽃상여 선소리꾼의 노랫가락이 구슬프게 울려 펴지더라도. 그 사람들 속에서 아픔보다 끈질긴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심에 찌든 저는 어느새 마을사람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제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한껏 깨끗해집니다. 그 사람들이 거두거나 나눈 기쁨과 슬픔에 제 자신의 힘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니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진서산악회 님들이여. 이제 천왕봉 꼭대기에 새해 첫날의 눈부신 햇살이 들이칩니다. 가슴 속 깊숙이 숨어있는 미련일랑 걱정일랑 슬픔일랑 색종이 학에 접어 멀리 날려보내기 바랍니다. 님들의 발끝에 구름바다 물결이 세차게 몰려옵니다. 님들의 눈썹을 스치는 찬바람이 어느 때보다 마음을 맑게 합니다. 늘 그러했듯이, 험한 산길을 힘차게 올라가는 님들의 발걸음은 가벼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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